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부동산 금융 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인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이 관심거리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발표한 정책 공약집에서 'LTV 규제의 합리적 개편'을 공약했다. 현재 지역·집값·무주택 여부 등에 따라 20~70%를 차등 적용하는 LTV를 단순화하고 완화해 주택 수에 따른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가격이 폭등해 청년, 신혼부부들은 부모 도움없이 저축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지나친 규제로 자산형성 기간이 짧은 청년, 신혼부부들의 주택구매와 주거 상향 이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했다.
LTV는 주택가격에서 차지하는 대출금액의 비중으로 LTV가 올라가면 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다.
지금은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집값이 9억원 이하는 40%, 9억원 초과는 20%의 LTV를 적용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경우 부부 합산 연소득이 1억원 이하, 집값이 9억원(조정 대상 지역은 8억원) 이하면 LTV를 10% 포인트 더 쳐준다. 조정 대상 지역에선 5억원 이하 주택 구입시 LTV 70%로 대출해 준다.
윤 당선인의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은 무주택 혹은 1주택자나 청년·신혼부부 등 주택 마련과 주거지 이동이 필요한 실수요자의 LTV를 풀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LTV 상한을 80%로 올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생애 최초가 아니더라도 LTV 상한을 지역에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겠다고 했다. 다만 다주택 보유자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30~40% 수준으로 차등화한다. 내 집을 처음 마련하거나 직장·자녀교육 등의 현실적 이유 혹은 주거 환경 개선 등을 목적으로 주거지 이동이 필요한 실수요자에 대해선 대출 규제를 풀어주자는 게 골자다.
신혼부부의 경우 4억원 한도로 3년(출산시 5년 연장) 동안 저리에 대출해 주는 공약도 발표했다. 신혼이 아닌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도 3억원 한도에서 3년간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아울러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전·월세대출 지원 확대, 이자 지원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 당선인과 막판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공약도 유사하다. 생애 최초, 무주택 청년, 장기 무주택자의 LTV를 80%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인수위원회의 정책 공약 논의 과정에서 LTV 규제 완화가 구체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LTV 완화가 자칫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30세대의 '영끌·빚투'가 재연돼 올 들어 진정된 가계부채가 다시 늘고,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긴축 흐름과 금리 인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이 정상화하는 과정 등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LTV를 풀더라도 가계부채가 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관련 공약을 만든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다른 대출과 비교해 가장 낮고 선진국 LTV도 70~80% 수준"이라며 "은행이 DSR을 적용해 대출하면 LTV 상한을 올려도 대출이 자동적으로 늘진 않는다"고 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