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출문의 많아졌지만…더 빌려드릴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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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63회 작성일 22-04-07 14:01본문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시중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종전 5000만원에서 1억~1억5000만원으로 늘린 상태다. NH농협과 우리은행은 최대 각각 2억5000만원과 3억원까지 한도를 늘렸다.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이전보다 0.5%포인트 안팎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까지 이 경쟁에 가세해 중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요즘 은행 지점의 ‘빠른창구’ 직원들은 숨 돌릴 틈이 없다. "기사 보고 왔는데 정말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나요?"라며 대기표를 손에 쥐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A은행 직원은 "열에 아홉은 추가대출 문의를 하는 고객들"이라며 "은행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리고 이자를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B은행 직원은 "막상 대출 문의를 받고 심사를 해보면 추가 대출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라며 "더이상 해드릴게 없다고 하면 고객들도 허탈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못 빌려주는 이유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이다.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은행 대출 원리금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선에 막혀 돈을 더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란 설명이다.
"예전에는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은 기대소득이 높아서 면허증만 보여줘도 대출이 쉽게 됐었고, 일반 직장인들도 우상향 하는 기대소득에 맞춰 40% 훨씬 넘게 빌려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이 장벽에 가로막혀 대출이 힘들다"는 게 C은행 직원의 설명이다. 5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의 허들을 내린 이후에도 가계대출 감소세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대출잔액 감소폭은 올해 1월 1조3634억원→2월 1조7522억원→3월 2조7436억원으로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리 인상·불확실한 부동산 시장·투자처 실종으로 인해 5월 출범할 새 정부에서 각종 은행 대출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다시 가계대출이 예전처럼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올해 2월 기준 은행들은 고신용자들에게까지 4%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금리도 6%까지 올랐음에도 시장은 올해 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템에 있는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가계대출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을 보면 2월 기준으로 4~5%미만 대출자 비중이 31.5%였다. 2013년 9월(31.9%) 이후 8년 5개월만에 최고 기록이다. 저금리 대출자 비중은 쪼그라졌다. 작년 2월만 해도 금리 3% 미만 대출자 비중은 81.2%로 압도적이었지만, 1년만에 15.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신용대출을 받아서 가상자산과 주식에 뛰어들었던 사람들도 시장 상황이 악화돼 관망세로 돌아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정책이 바뀌어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이지 않으면 대출 한도를 풀었던 것도 별로 소용없을 것"이라고 했다.
가계대출이 줄어들자 수익성을 걱정하던 은행들은 규제가 없는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2월 사이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폭은 19조6000억원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 2월 기업대출 금리는 3.44%, 가계대출 금리는 3.9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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