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쓰고 극단선택, 업자는 호화생활…그들의 악랄한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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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02회 작성일 22-03-25 11:12본문
“사채 독촉에 시달린 소상공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업자들은 하루 수 천만원을 술값으로 쓰고 호화 요트, 고급아파트까지 샀다.” (김웅경 부산경찰청 불법 사채 수사팀장)
지난해 11월 부산경찰청은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미등록 대부업체 8곳을 운영해 400억원대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대부업법 위반)로 40대 총책 최모씨 등 일당 46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피해자는 7900여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큰 불법 사채 피해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이 사건을 담당한 김 팀장은 “이들이 2년 동안 올린 확인된 수익만 130억원이 넘었다. 기간을 넓히면 수익은 수 백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업체는 부산 최고급 주상복합인 엘시티에만 3채의 사무실을 운영했고,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과 경기 남양주 등 고급아파트도 거점으로 활용했다.
대출 거절된 고객 명단 입수해 활용
“전국적인 불법 대부조직을 운영하는 ‘이실장’이란 총책이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제보가 수사의 실마리였다. 이들은 금융권과 정규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 명단을 불법으로 구해 영업에 적극 활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명단에 적힌 다수가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었다. 명단은 전국 8개 팀으로 뿌려졌다. 검거된 이들은 “우리가 전화하면 대출이 급한 사람들은 모두 ‘고맙다’고 말했다. 돈이 급하면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경찰은 제보와 피해자 조사를 바탕으로 대포폰과 범죄에 사용된 계좌들을 확인해 54개의 연결 계좌, 거래 내역, 출금 지점들을 특정했다. 통화 기록, 인출 내역을 분석해 서울, 부산, 광주 등 각지에 중간책인 팀장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다 남양주 사무실 인근 고급 아파트에서 누군가 대포폰 여러 개를 활용해 전국의 팀장들과 연락한 흔적을 포착했다.
커피 마시려 마스크 내렸다가 CCTV 포착
당시 수사팀은 ATM에 앞에서 모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인물을 조직 총책으로 파악하고 추적에 나섰다. 그러던 중 한 카페 CCTV에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잠시 내렸다가 당황하며 올리는 장면이 찍혔다. 그는 대구에서 불법 대부업을 시작해 전국적인 대규모 조직으로 키운 최모씨였다. 최씨는 서울에서 화장품 판매업 등 각종 법인을 운영하며 실제 사업가로 활동해 의심을 덜 사고 있었다.
최씨를 체포한 수사팀은 그의 가방에서 8개의 대포폰과 3000만원 상당의 현금, 신용카드 12장, 장부 3권 등을 확보했다. 그는 롤스로이스 등 고급 외제 차와 차명으로 호화 요트와 고급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7900여명의 피해자에게 고금리 이자를 받으며 모은 재산이었다. 이들에게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소상공인도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김 팀장은 “업자 대부분이 대포폰, 대포통장을 쓰고 현금 거래를 해 수사가 어려운 만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채를 썼으니 처벌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겠지만, 이용자는 절대 처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구속기소 된 최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범죄일람표만 174쪽, 9940회 146억원 빌려줘
중앙일보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총책 최씨의 공소장(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총 177쪽으로 범죄일람표만 174쪽에 달했다. 최씨는 이미 3번 대부업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었다. 2008년과 2010년 같은 죄를 위반해 대구지법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2010년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상습범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9년 지인들과 조직을 결성한 최씨는 조직원들에게 번호를 부여해 피라미드 형태 연락체계를 구축해 9940회에 걸쳐 총 146억원 상당을 빌려주며 무등록 대부업을 영위했다. 30만~3000만원을 빌려주며 연 420~5214%에 달하는 이자를 총 330회 수취했다.
이들은 85만원을 빌려주기로 했다면 이자 35만원을 뺀 50만원을 빌려주고 1주일 뒤 85만원을 갚게 하는 ‘선이자’ 방식으로 범죄를 벌였다.
청소년 대상 불법 대출도 기승
불법 사채 시장이 커지고 피해가 늘면서 지자체의 특별사법경찰단도 이를 막기 위해 나섰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3년간 113건, 82명의 불법 대부업자를 적발했다. 이들은 대출이 필요한 사람으로 가장해 업자들을 만나 현장에서 혐의를 확인해 검거하는 이른바 ‘미스터리 쇼핑’ 수사를 펼친다.
최근에는 경찰과 합동으로 청소년 대상 고금리 불법 대출인 ‘대리입금’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아이돌 상품, 게임 아이템 등을 살 돈을 빌려준 뒤 이자를 받는 수법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댈입’으로 불린다. 1~30만원 소액을 빌려준 뒤 법정이자율(20%)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은 연 1000% 이자를 요구하며 청소년들을 압박하는 수법이다.
여성·청소년 협박 심해 “성관계 요구도”
불법 대부업자들은 여성과 청소년에게 더 악랄하게 독촉하고 협박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정덕길 팀장은 “여성이 돈을 갚지 못하자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한 상담 사례가 있다. 업자들에 따르면 여성들은 쉽게 겁을 먹고 신분 노출을 꺼려 돈을 받아내기 쉽다더라”고 말했다. 김현주 수사관은 “여성들은 상담 이후 신고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 문제 해결을 위해 수사 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불법 대부업자들에게 법정 이자 이상을 줄 필요가 없고, 협박이나 독촉 전화가 올 때는 절대 받아선 안 된다. 미등록 업체 사채는 불법이기 때문에 소송을 걸 수도 없으니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꼭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사채업자들의 불법 행위에 비해 법적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총 3187건 재판이 있었고, 이중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은 1227(38%)건이었다. 부산청 김웅경 팀장은 "실컷 수사를 해 재판에 넘겨도 대부업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풀려나 다시 불법을 저지르는 업자들이 적지 않다"며 "불법 사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도록 좀 더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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