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 수단으로 사용된 전화번호를 즉각 이용중지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이용중지 요청 이후 통상 일주일 가량이 소요되는데 수사기관과 전기통신사업자 등 관계기관 간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치안정책연구에 실린 '피싱 범죄의 현황과 대응방안 모색' 논문에 따르면 2020년 1월1일부터 지난해 8월31일까지 2년 8개월 간 피싱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피싱에 사용된 번호를 즉각 이용 중지 했다면 7834건의 피해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보이스 피싱 사건 중 변작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번호 형식의 발신 번호를 대상으로 2회 이상 중복 접수된 내역을 확인한 결과다.
피싱(Phishing) 범죄는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해 타인의 재산을 가로채는 범죄다. 주요수단으로는 전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전자우편, 피싱 사이트 등이다. 보이스피싱은 그 중 한 유형으로 전화를 통해 피해 목적물은 현금, 기망의 형태는 지인 또는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검찰과 경찰, 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방송통신위원회 등 범정부 전문인력 50여명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이 출범했다. 2021년 한해에만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금액은 1744억원에 달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통합 신고·대응센터도 설립된다. 경찰은 가장 먼저 부처별 신고 접수 전화번호를 112로 일괄 통합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부처별로 운영 중인 인터넷 사이트도 1개 사이트로 통합해 신고접수 처리 절차를 완전히 일원화할 계획이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줄이려면 접수 청구 단일화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 통신수단 이용중지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중지를 위한 원번호의 확인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관간 요청과 회신으로 불필요한 시간이 지연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통신수단은 전화번호에 대해서만 이용중지가 가능하며 그 소요기간도 통상 4~5일(최대 14~15일)이 걸린다.
현재 전화번호 이용중지 과정은 경찰이 신고 접수 즉시가 아닌 피해자 조사 후 중지 신청을 하고 있다. 중지 요청을 받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일괄적으로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 변작확인 요청을 한다. 변작 여부 확인 후 이용중지를 하는 것보다는 통신사업자가 발신 내역을 확인 후 변작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만 KISA를 통해 원번호를 확인하면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이스피싱 중 계좌 이체에 집중하면 대면편취형이 증가하거나 메신저 피싱 등 다른 유형으로의 풍선효과를 불러 일으켜왔다. 피싱 범죄는 여러 통신수단과 피해 목적물, 기망의 형태 등이 다양하게 결합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
실제 2017년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 비율 중 계좌이체형은 58.3%, 대면편취형 34%였으나 2021년에는 각각 10.9%, 73.4%로 변화했다. 피해금 확보의 주요 방법으로 계좌이체 대신 대면편취로 변화한 건 금융당국 대응에 따른 양상으로 풀이된다.
논문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메신저 계정과 계정에 연동된 전화번호, 유심, 단말기 등에 이용중지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저자는 "전화번호를 제외한 식별수단에 대해서는 이용중지의 법적 근거가 없는 게 큰 문제점"이라며 "전화번호 외에도 유심의 식별번호와 범행에 이용된 단말기 자체를 이용중지할 경우 통신수단의 차단 효과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11914445014785